[전국 인사이드|지산 사기분양④] “퇴직금도 노후도 잃었다”… 지식산업센터 사기분양이 남긴 것
- 25-10-23
- 102 회
- 0 건
평범한 투자를 가장한 구조적 범죄
“임대수익·고(高)대출”로 치장해 유혹
브로커·금융·행정 얽혀, 피해자 급증
“피해자 구제·재발방지·제도개선 시급”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수년간 전국 각지에서 드러난 지식산업센터(지산센터) 사기분양은 더 이상 ‘계약 불이행’으로 축소할 문제가 아니다. 시행사·신탁사·분양대행사·시공사·중도금 대출은행·세무회계사무소, 나아가 일부 지자체 공무원까지 얽힌 복합 고리라는 제보가 이어지며 사건은 수사의 단계와 제도 개선의 영역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다. 본지는 연재 마지막 4편에서 쟁점과 책임소재, 피해 회복·재발 방지 방안, 시민들이 기억해야 할 예방 수칙을 정리했다.


◆피해자 회복 로드맵과 즉각 조치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소멸하고 대응 기회는 줄어든다”며 초동 대응의 신속성을 강조한다. 우선 확보해야 할 증거는 ▲계약서·청약 서류 ▲분양대행계약서·신탁계약서 ▲토지이용계획 확인 자료 ▲광고·홍보물 ▲상담 시 문자·메신저 기록·통화 녹취 ▲대출 상담기록·담보평가서·대출 실행 스케줄 ▲지자체 답변서·담당자 직위 ▲세제 처리 내역 등이다.
법률 대응은 형사 고소(사기, 사문서 위조·행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와 민사 소송(손해배상·계약취소) 병행이 권고된다. 형사배상명령 제도 활용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정리해야 하며 허위·부실 행정 답변은 감사 요구나 행정소송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유관기관 신고도 필수다. 금융감독원에는 불법 대출·불완전 판매 의혹을, 국세청에는 세제 편법 의심을, 경찰·검찰(국수본)에는 브로커–시행–금융 결탁 정황을, 감사원·권익위에는 허위 행정 답변을 공익신고로 제기해야 한다.
집단 대응은 피해자 회복의 동력이다. 현장별 피해자 단체가 연대해 사건 타임라인과 증거 아카이브를 표준화하면 협상력과 사회적 가시성이 높아진다. 언론 제보·공개 질의·토론회를 통해 공적 감시망을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법률 자문에 따르면 등기를 마쳤더라도 최대 10년 내 사기분양 주장을 제기할 수 있으나 소멸시효·제척기간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지체 없이 변호사를 선임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이고 시급한 대응책이다.
피해자들의 호소는 절박하다. “퇴직금을 안전상품이라 믿고 투자했는데 원금조차 막막하다” “이자 부담에 가정이 무너졌다” “행정기관 답변을 믿었는데 뒤늦게 잘못됐다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감정 민원의 프레임을 벗어나 법률·절차의 언어로 싸우겠다는 선언과 함께 지난 14일 이종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자체에 보낸 재질의서는 “비산단 지식산업센터 최초 수분양자 임대업 가능” 회신의 법조문·검토자료 제시를 공식 요구하고 근거 미제시 시 형사책임을 경고했다.

◆재발 방지와 제도·감독 재설계
사태의 근본 원인이 구조적 결함인 만큼 해법도 구조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전문가·피해자 단체는 ▲광고·판매 ▲금융조달 ▲행정 책임 ▲피해자 지원의 네 축에서 다음을 제시한다. 첫째, 광고·판매 단계에서는 지자체·금감원 협업으로 분양광고 사전 심사를 도입하고 “임대업 가능·전매 무제한·고수익 보장” 문구를 금지해야 한다. 분양대행계약서와 신탁계약서의 등록·공시 의무화도 요구된다. 둘째, 금융조달 부문에서는 담보물 용도의 이중 확인, 원천자료 대조, 내부통제 위반 시 임원 제재 강화를 통해 심사·집행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행정 책임 강화를 위해 공무원 답변의 법령 근거 명시, 회신 서식 표준화, 허위·부실 회신 징계 강화, 인허가 정보 선제 공개가 필요하다. 넷째, 피해자 지원을 위해 광역 단위 원스톱 상담창구 설치, 집단분쟁조정 신속 트랙 신설, 임시 보호조치 마련이 꼽힌다.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의 경계가 중요하다. 상품의 본질을 확인하고 광고 문구를 의심하며 계약·대출·세제 절차를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 공무원 답변은 법적 근거와 결재라인을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전문가 상담과 피해자 연대를 권고한다.
피해자 단체는 “모든 현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전국 단위 연대 집회, 공동 소송, 표준화된 증거 공유를 촉구한다. 수사는 개별 점포를 넘어 브로커·시행사·신탁·금융·행정이 맞닿는 ‘핵심 노드’로 향해야 하며 제도 개선은 광고·분양·자금·행정 전 단계를 아우르는 안전망 구축으로 이어져야 실효가 있다.
지산센터 사기분양은 ‘평범한 투자’를 가장한 구조적 범죄라는 의혹에 직면해 있다. 피해자들은 무너진 가정과 노후를 호소하며 철저한 수사, 실효적 구제, 촘촘한 제도개선을 요구한다. 끝으로 질문은 남는다. 누가 어떤 근거로 ‘임대업 가능’을 말했는가. 어떤 절차로 TCB가 통과됐는가. 무엇이 감독을 무력화했는가. 이제는 책임의 경위를 명확히 밝히고 제도적 허점을 점검해야 할 때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