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인사이드|지산 사기분양③] “대출은 미끼, 행정은 방패”… 피해자들이 폭로한 지식산업센터 사기분양 생태계
- 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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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관문이자 덫이 된 ‘기술신용평가(TCB) 비리’
임대업·고대출 약속 후 허위서류와 관행적 조작
분양 넘은 구조적 범죄, 금융·행정 책임 불가피
“법조계 ‘허위공문서·불법 대출’ 수사 확대 불가피”

수년간 전국 곳곳에서 불거진 지식산업센터(지산센터) 피해 사례는 그간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신탁사 등 민간 주체들의 허위·과장 광고와 불법 계약 문제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피해자들이 제보한 ‘기술신용평가(TCB) 비리’ 의혹은 사건의 무게 중심을 바꾸고 있다.

◆대출 제도에서 ‘사기 관문’으로 전락한 TCB
TCB(기술신용평가)는 본래 기업의 운영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지식산업센터 분양 현장에선 수익형 부동산처럼 포장된 영업과 결합해 레버리지 투자의 미끼로 전락했다. 홍보·상담 단계에선 “임대업 가능·전매 무제한·고대출 보장”이 반복됐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용도가 ‘산업시설용’으로 명시돼 주거·일반 임대와 법적으로 구별된다. 대출 창구에서는 “사업자등록만 하면 세제 혜택·임대수익 가능”하다는 안내가 뒤따랐고 허위 사업자등록·서류조작·세제 편법이 대출 실행 국면에서 드러났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 진술이다. 이미 계약금이 묶인 수분양자는 후퇴가 어려워 TCB가 ‘관문’이자 ‘덫’으로 작동했다.
피해자 측은 금융–신탁–시행–브로커의 고리가 ‘사기분양 생태계’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쟁점은 ▲담보물 용도·법적 제한을 은행이 심사 단계에서 얼마나 엄정히 확인했는지 ▲분양대행사 제공 서류·설명에 과도 의존이 있었는지 ▲조달 구조 전반의 이해상충이 방치됐는지다. 현재 제보에 따라 국가수사본부의 창원 출장수사 정황도 거론되며 수사는 개별 점포를 넘어 금융조달·신탁·분양 구조 전반으로의 확장을 요구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TCB는 잘못된 상품 홍보와 느슨한 심사가 맞물릴 때 허위 서류를 자금으로 연결하는 핵심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이번 사태가 보여준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법적 쟁점
피해자들이 지목하는 구조적 문제는 다섯 가지다. ▲임대업 가능·전매 무제한 등 허위 광고 ▲사업자등록을 통한 취득세 감면·부가세 환급 편법 ▲중도금·잔금 대출을 미끼로 한 고위험 대출(TCB 포함) ▲분양대행계약서 미작성 및 불법 하도급 ▲공무원 및 지자체 일부의 묵인 또는 개입 의혹이다.
특히 고양시청·원주시청 일부 공무원이 “최초 수분양자는 임대업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피해자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제보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제보자들은 이 답변이 사실과 다르며 이를 통해 다수 피해가 발생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형사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지산센터 관련 소송에서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증거 자료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건에서는 피해자 패소 판결이 나왔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시행사·분양대행사의 불법성이 인정돼 보상이 명령되기도 했다. 분양대행계약의 존재 여부, 대출 실행 과정의 적법성, 공문서의 진위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사건은 단순한 계약 분쟁의 차원을 넘어 사기죄·조세범죄·공무원 범죄 수사 대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피해 회복과 남은 과제
피해자 모임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변호사 선임을 통한 형사·민사 병행 소송, 형사배상명령 신청, 재판부에 피해자 변호사 참여 요청, 국세청 세무조사 요구, 허위 답변을 한 공무원 형사 고소 등이 추진되고 있다. “부동산 등기를 마쳤더라도 최대 10년까지 사기분양 주장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대응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우리는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말만 믿었을 뿐”이라며 “그 말 뒤에 금융·행정·법제도의 허점이 얽혀 있었다”고 토로한다.
TCB 비리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분양 갈등을 넘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