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인사이드|지산 사기분양②] ‘서민·은퇴자’ 울린 지식산업센터 분양 사기… ‘수익형 부동산 포장’ 평택·구리 피해 실태

임대수익, 90% 대출은 거짓말
분양·대행·브로커…전국서 피해
“강력한 경고와 신속한 구제를”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대출 가능 홍보 문구. ⓒ천지일보 2025.10.15.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최근 몇 년간 지식산업센터 분양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지산)는 본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집합형 산업 공간으로 과거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렸다. 그러나 산업·정책 목적의 시설이 어느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포장돼 일반 투자자에게 대거 분양되면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저렴한 초기 투자금, 안정적 임대수익, 80~90% 대출 가능’ 같은 달콤한 문구가 은퇴자와 자산 취약계층의 불안을 파고든 것이다. 특히 공급 과잉과 느슨한 규제, 그리고 시행사·대행사·브로커가 얽힌 다단계 영업 구조가 맞물리며 허위·과장 분양이 구조적으로 확산됐다. 투자자들은 안정적 임대수익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입주 제한, 대출 불가, 불법 임대 문제에 직면하면서 계약금 몰취와 채무 증가, 파산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박임정(가명)씨는 2022년 평택 오션지식산업센터 분양 담당자로부터 “임대 가능하다, 노후 대비 안정적”이라는 말을 듣고 10% 계약금을 냈다.

분양팀은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다”며 20만원을 요구했고, 박씨는 서류를 맡겼다. 한참 뒤 확인된 등록증의 이름은 ‘본인’이 아니라 ‘타인’이었다. 그 사이 “90% 대출 가능” “준공 후 임대 놓으면 월세로 이자 상환 가능” 같은 설명이 이어졌고, 처음에 80~90% 가능하다는 선전은 개인 신용 등급의 한계를 드러내 박씨는 중도금을 50% 대출받아 진행했다. 계약 담당자는 중도금 작성시 중도금을 받고 나면 절대 포기하지 못하게 서약서를 썼다고 폭로했다. 준공(내년 2~3월)을 앞둔 지금, 그는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그리고 그는 “평택시가 시정 명령을 내렸으나 분양사는 교육은커녕 불법을 하고 있지 않다는 공문서만 평택시에 발송했다”고 눈가림만 하는 분양사가 야속하다고 했다.


환급금 통지서 내역서. (제공: 제보지) ⓒ천지일보 2025.10.15.
◆위조 사업자등록증까지 등장… 전국적 피해 확산

구리 갈매 지식산업센터(구리스마트벤처타워) 피해자 이아름(가명)씨는 “사무실로 쓰겠다며 분양받았는데 뒤늦게 입주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부가세 환급까지 받은 상태에서 ‘불법 입주’ 논란이 제기되자 그는 결국 분양금을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이씨는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행정의 사전 안내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전국 피해자 대책위 이종선 위원장은 “수천명이 동일한 피해를 겪고 있다”며 “시행사·분양대행사·일부 중개업소가 한목소리로 ‘투자수익 보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입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증언을 모아 보면 사건의 흐름은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①임대 가능·수익 보장 강조 → ②사업자등록증 대행·서류 수집 → ③중도금·부가세 환급으로 유동성 착시 → ④준공 임박 후 대출 불가·입주 제한 통보 → ⑤계약금 몰취·채무 증가·파산 압박.

피해자들의 가장 큰 충격은 ‘위조 또는 타인 명의 사업자등록증’ 정황이다. 분양팀 또는 브로커가 “서류만 준비하면 된다”며 신분증 사본과 위임장을 받아가고 이후 피해자 명의가 아닌 서류가 오갔다는 것이다. 박씨는 “분양 담당자를 재산관리자로 믿고 맡겼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경찰에 진정하려 해도 입증 부담이 크고 시간은 흘러 준공과 잔금이 다가온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부가세 환급’은 강력한 미끼로 작동했다. 중도금 이후 일정 요건 하에 환급을 받았지만 실사용 요건 미충족·용도 부적합이 확인되면 추징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들은 “환급이 마치 수익처럼 안내됐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는 “계약 때 받은 설명을 종합하면 내 돈 7600만원 정도만 있으면 20평, 4억대 지산 호실을 갖고 월 160만원 정도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선 공실 위험과 임차수요 편차가 큰 데다 입주·임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임대 자체가 불가능하다.

피해자 모임에는 ‘잔금일이 다가오는 공포’를 호소하는 글이 쌓인다. “대출만 나오면 버틸 수 있는데 현실은 은행 문턱이 너무 높다” “처음엔 대출 80~90% 가능하다 했는데 심사 단계에서 ‘용도·소득·DSR’ 문제로 안 된다고 돌아섰다” “이자유예라더니 실제론 이자만 불어났다”는 절망이 이어진다.


구리시가 분양자에게 보낸 문서.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5.10.15.
◆분양업체는 꼬리자르기 “개인 일탈”

오션지식산업센터 특별분양 담당자 이민수 과장은 “분양가 10% 계약, 70% 융자, 부가세 환급은 제도적으로 가능한 범위”라며 “월 160만원 수익 보장 발언은 주변 시세를 예시로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타인 명의 사업자등록증 정황에 대해선 “브로커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를 짚는다. 김현수 한국부동산정책연구원 소장은 “지산 생태계는 이해당사자가 다수이고 성과보수형 영업으로 ‘선계약-후검증’이 만연하다. 위험 고지와 적합성 원칙이 사실상 실종됐다”며 “투자자·소비자 보호관점에서 ‘고난도 상품’에 준하는 규제 프레임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구체적인 처방으로 ▲임대·수익 보장 표현 전면 금지 및 과징금 상향 ▲모든 광고·현장·계약서에 동일 경고문 의무화 ▲대행·브로커 등록제 강화와 실명제 ▲사전 금융·세무 적격성 검토 보고서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종선 비대위 위원장은 ‘연대책임’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현장에선 시행사·신탁사·대행사가 서로 ‘내 소관 아님’을 외치며 책임을 회피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모두가 같은 편”이라며 “허위·기망행위가 확인되면 연대배상과 허가취소, 재참여 제한 등 실질적 페널티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이 스스로 증거를 모으기 어렵다. 수사의 문턱을 낮추고 공적 조사단이 표준자료를 확보해 패턴 범죄를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양 현장의 언어도 문제다. ‘가능성’ ‘예시’ ‘전제’ 같은 단어들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안전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담 테이블에서 숫자와 그래프, 성공사례가 덧칠되면 소비자는 그 ‘가능성’을 ‘사실상 보장’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사업자등록증에 분양자와 다른 주민번호가 적혀있다.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5.10.15.
◆지자체·기관 “단속 강화”… 공백은 여전

경기도와 일부 시·군은 허위·과장 광고 단속과 입주·임대 요건 안내 강화를 약속해 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민원 폭발 이후에야 단속이 이뤄진다”고 입을 모았다. 세무서는 “사업자등록은 형식적 요건 심사”라며 위장 등록증 식별의 한계를 토로하고 국세청도 “위반 시 제재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 제재 사례는 드물다는 인식이 강하다. 행정은 ‘소비자 주의’로, 공급자는 ‘은행 심사’로, 금융은 ‘물건·소득·DSR’로, 모두가 자신이 아닌 다른 고리를 가리킨다. 그 사이 피해는 개인에게 집중된다.

김광민 경기도의회 의원(변호사)은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인허가를 내주며 공급이 과잉되고 수요 검증과 입주 적정성 검토는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총량제 도입, 허가 단계 리스크 점수화, 사업계획서 내 ‘임대·수익’ 문구 금지 및 사전심사 연동, 위법·기망 적발 시 재참여 제한 등 칸막이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그는 “현장 브로커 실명제·교육·자격정지·과징금 상향으로 ‘개인 일탈’ 뒤에 숨을 공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의 하소연은 사안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행정이 미리 알려줬다면 분양받지 않았을 것” “준공이 다가오는데 잔금을 낼 수 없어 밤잠을 설친다.” “계약금을 날리고 신용불량자가 되느냐, 무리하게 빚을 내서 잔금을 치르느냐, 두 악 중 하나를 고르는 지경이다.”

이들의 절규가 단지 비극의 기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제도와 감독, 책임의 사슬이 동시에 손봐져야 한다.

김현수 소장은 신속한 구제를 강조하며 “지산은 산업정책과 부동산시장의 경계에 선 시설이다. 어느 쪽 논리만으로 다룰 수 없다. 투자상품화의 언어가 본래 목적을 압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정보 비대칭’이 폭발했다. 지금 필요한 건 강력한 경고와 투명성, 그리고 신속한 구제”라고 말했다.

이종선 비대위 위원장도 “이 문제는 ‘누가 더 영리했냐’의 게임이 아니다. 공공이 약속한 안전망의 문제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