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제해도 돈은 못 줘” 아산탕정 지식산업센터 기막힌 사연

계약해제해도 돈은 못 줘” 아산탕정 지식산업센터 기막힌 사연

기자명 김영환 기자
 
   
  • 일반
  •  
  • 입력 2025.09.08 09:33
 

 

아산 탕정에 기막힌 일이 하나 터졌습니다. 건물의 준공이 늘어지면서, 분양받은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는데, 막상 계약을 해제하면 분양대금도, 위약금도 당장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입주율 0%, 전부 비어있는 ‘플렉스온’

이 건물은 사용승인으로부터 반년이 지나도록 입주율 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장엄하게 세워진 건물의 저 모든 호실들이 100%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연면적만 약 5만㎡에 달합니다.

이 지식산업센터의 이름은 플렉스온입니다. 지식산업센터, 섹션오피스, 라이브오피스만 총 642실에 달하는 대형 시설이죠. 분양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인기였습니다. 길 하나만 건너면, 그것도 같은 용두리에 삼성디스플레이시티 2단지가 추진되고 있거든요.

현지 공인중개사 A : 그때는 인기가 많아서 분양도 잘 됐죠. 다들 괜찮은 줄 알고 그냥 하신 거죠.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생긴다던 대형 산단은 온데간데없고 굳이 이런 곳 까지 와서 빌릴 이유가 없는 사무실과 공장만이 끝도 없이 쌓여있습니다. 주변도 상황이 안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유독 플렉스온은 입주율이 0%입니다.

이 사업장은 상황이 심하게 꼬여버린 탓에 입주도 못하고, 계약해제도 못하는 수분양자의 지옥이 되고 있습니다.

 

시공사 부도·재공사… 꼬여버린 책임준공

이 시설이 착공에 들어간건 2022년 5월입니다. 2024년 3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는데, 시공사가 엄혹한 시기를 못 견디고 넘어지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사업은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업을 신탁회사가 관리하고,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못하면 신탁사가 대신 책임지고 준공하는 방식이죠.

시공사가 넘어지자 신탁사가 책준을 맡았는데 외벽 마감재 문제로 재공사를 하게 됩니다. 결국 사업은 올해 3월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이미 약속한 입주시기는 한참 지나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책임있는 주체는 모두 사라졌고 신탁사와 수분양자만 남았습니다.

 

“계약은 해제해도 돈은 돌려줄 수 없어”

얼핏 보면 뭐가 문제인가 싶죠. 분양계약에는 보통 입주예정일을 3개월 초과하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다고 넣게 되니까요.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금 돌려받고, 중도금 넘겨주고, 위약금도 받는다는게 상식인데, 이 현장에서는 이 상식이 무너져 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수분양자는 신탁사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해제사유가 발생했어도 해제만 될 뿐이지 모든 권리(계약금, 대출금상환 등)가 사라진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니네가 잘못된 시행사, 영세한 시행사를 만났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다”라면서, 중도금 대출도 너희 개인 신용으로 한거니까 너희가 져야 할 개인 빚이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이래서야 계약을 해제할 순 없습니다. 지금 계약을 해제하게 되면 남는 거라곤 잃어버린 계약금과 이미 다 내버린 중도금 대출뿐입니다. 수분양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점은 그렇다고 입주도 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입주지원센터도 마련을 안했는데, 자기네가 무슨 지하 1층에다 마련을 했었다는데 아무도 등기친 사람도 없고. 입주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 따졌대요. 나는 입주를 하려고 했었는데 니들이 아무것도 마련을 안해주고 입주 지원 센터도 없었지 않느냐. 그럼 내가 입주를 한다면 어떻게 해줄거냐 하니까 그러니까 대주단을 또 얘기를 해요.

플렉스온 수분양자 : 언제든 들어오면 된다 이런식으로 얘기하면서 무슨 대주단 얘기를 하냐 이러니까 할인 분양을 생각을 하고 있대요. 할인분양을 할지 말지, 몇 프로를 해줘야 할지 대주단이랑 또 얘기를 해봐야 되고 확정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거예요.

지친 수분양자들은 계약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신탁사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공급계약서상 신탁재산 범위 안에서만 책임을 진다는 입장입니다.

신탁사 관계자 : 신탁사인 저희가 반환에 대해서 책임지는 범위는 신탁재산 범위 내라고 한정이 돼 있어요. 그래서 신탁 재산을 처분해서 반환하겠다는거죠.

여기에서 말하는 신탁재산은 결국 건물입니다. 건물을 매각하고 나서 현금이 나와야 계약금 등을 돌려줄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수분양자들은 이런 냉정한 거리두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얘네랑 아무리 얘기를 해봤자 우리는 신탁재산내에서만 책임을 질거고, 약관에 써 있고, 우리도 피해를 봤기 때문에 시행사가 영세했던 탓에 너희는 피해볼 수 밖에 없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아니면, 우리가 할인 분양을 만약에 정해주면 그냥 입주를 하는게 낫다. 해제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권리만 있고 돈이 해결이 안되지 않냐. 그냥 이거 가져가라 이런 식으로 서로 시행사도 미루고, 신탁사도 미루고

플렉스온 수분양자 : 신탁사는 자기 수수료 먹을 거 생각해서 들어왔는데 지금 책임준공에 걸려서 몇백억을 썼다더라고요. 자기네들은 돈 몇십억 먹으러 왔다가 이렇게 손해가 크니 너죽고 나죽자 이거예요. 절대 우리한테 돈 줄 의향이 없다. 우리는 (신탁재산) 범위내를 주장할거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신탁사 “신탁재산을 매각해야 반환이 가능”

수분양자들이 쏟아내는 분노에 대해 신탁사는 난처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탁사 관계자 : 현금은 건물 짓는데 다 사용돼서 현금이 현재 없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남아있는 건물을 매각해서 매각한 돈으로 반환할 수 있다라는게 저희 입장인겁니다.

신탁사 관계자 : 현금이 일부 남아있는 상태에서 조정판결을 받은 분들은 저희가 다 이행을 했고, 현재는 현금이 없으니 신탁 재산을 처분해야만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인거죠.

신탁사 관계자 : 매각해서 (분양대금을) 돌려주는 건 저희가 당연히 해야하는 업무인데, 수분양자들이 원하는 건 계약 해지와 동시에 당장 분양대금을 반환해 달라는 거고, 저희는 그럴 수 없다는 것에서 발생한 갈등이거든요.”

신탁사가 보고 있는 활로는 결국 할인분양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신탁사 관계자 : 대한민국의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이 분양가로는 매각이 안 돼요. 도저히 매각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할인 분양을 해야 되는데, 그 권한은 PF 대주가 가지고 있거든요. PF대주와 계속 협의를 하는 중입니다. 할인분양 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

신탁사 관계자 : 할인률이 정해지면 수분양자분들께 안내를 할 거예요. 그 할인을 받고 나는 입주를 하겠다 라는 분들은 저희가 입주를 받을거고, 그래도 나는 입주할 의향이 없다고 하면 그 금액에 저희가 다른 사람에게 매각을 해서 돌려드려야죠. 수분양자분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1억2천 대출에 월 60만 원 이자… 숨통 조여오는 금융비용

신탁사가 생각하는 원만한 해결책은 사실 수분양자 입장에선 분통터지는 말입니다. 바로 매각을 통해 돈으로 바꿀 때 까지 기약도 없이 발생하는 금융비용 때문입니다. 이건 이미 실체를 갖고 수분양자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은행에서도 수분양자들한테 통장압류, 집가압류 막 난리난거예요 지금. 소송하면서 채무부존재확인소송도 같이 하고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러는데도 은행은 그런거 상관없다. 우리는 그냥 무조건 다 걸겠다 이래서…”

아시다시피 은행은 사정봐주는 일이 없습니다.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이자를) 잘 내고 계시는 분들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1억 2천만 원에 대해 한 달에 6~70만 원 나간다고 했어요. 팔 때 분양대행사가 ‘한 개 칸이 너무 작으면 회사가 들어올 때 옆을 터서 합쳐야 한다’ 이렇게 설득을 해서 3개, 4개 이렇게 해요. 그래서 피해자 모임 때 알게 되신 분들 보면 2~3개 이렇게 하신 분들은 6~7억이 넘어가는거죠.”

1억 2천만원에 월 60만 원이면, 6억이면 월 이자만 300만 원에 달합니다. 통장과 집이 압류됐다는 사실도 큰 압박입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뭐 일을 못하죠. 어떻게 일을 하겠어요. 저 같은 경우도 지금 하루하루가 피가 말라서 이자를 차라리 냈었어야 되나… 저는 지금 빚이 쌓인게, 지금 이자만 쌓인게 거의 천만 원 돼 가더라고요.”

분양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죠. 삼성디스플레이시티 2단지를 내세워서 화려한 말로 수분양자들을 현혹했습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공사가 중단됐는데, 바로 재개를 한다면서 포크레인보이지 않냐, 지금 시작되고 있다 이런식으로 저희한테 홍보를 했고, 그래서 이렇게 현장까지 보여주고 해서 저희도 다 계약 체결을 한거죠.

삼성디스플레이시티 2단지는 2020년 공사중단 이후 감감무소식입니다.

분양 과정에서는 온갖 편법도 동원됐습니다. 자격없는 사람에게 사업자를 내게 만드는 고질적인 수법도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갑자기 정보통신업으로 사업자를 내야 된다는거예요. 근데 이건 나중에 어차피 전매를 할 거기 때문에 상관이 없대요. 그냥 하는거래요.

물론 분양을 다 마친 이후로 이 분양주체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플렉스온 수분양자 : 분양 대행하시는 분들은 또 다 연락이 안돼요. 그 현장만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다 사라졌고. 그러니까 그냥 저는 진짜 무슨 유령,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랑 싸우는 것 같고, 아니면 내가 정신이 진짜 어떻게 된 것처럼…”

 

남겨진 자들의 진흙탕 싸움… 해결 요원해

 

무책임한 분양업자들이 잔치를 마치고 난 이곳에는 수분양자와 신탁사만 남겨진 채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플렉스온을 둘러싼 갈등이 원만한 해결에 이를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분양자들이 짊어질 이자는 끝도 없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원만할 뿐 아니라, 빠르기까지 한 해결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