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대체제 떠오른 지식산업센터, '제2의 주상복합' 되나

- 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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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지산 미분양 동시 해소…주거용 전환 가능성 '부각'
법적·제도적 한계에도 정부·시장, 지산 용도 변경 본격 검토
규제 완화로 주거 중심 재편된 '주상복합' 전철 밟을 가능성
도심 내 중소기업과 첨단산업의 입지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센터)가 최근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법적·제도적 장벽이 다층적으로 얽혀 있어 당장의 주거형 전환은 쉽지 않지만, 수도권 공급 부족과 쌓이는 지산센터 미분양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지산센터의 용도 전환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주상복합 단지가 상업 중심에서 주거 중심으로 전환하며 시장에 안착했던 전례처럼, 지산센터 역시 '제2의 주상복합'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때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지산센터는 최근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 적체와 공실 증가,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겹쳐 시장 외면을 받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국 지산센터 거래는 552건으로 전 분기 대비 43.2% 감소했고, 거래금액도 44.8% 줄어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3.3㎡당 평균 가격도 7.1% 하락하며 지산센터는 팔리지도, 빌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급은 지속되는데 수요는 급감하는 '미스매치' 현상도 문제다. 2022년 지산센터 인허가 건수는 역대 최대인 141건을 기록했지만, 경기 평택·고양·남양주·구리 등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공실률이 40~50%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대출이자와 관리비 부담에 임차인 확보 실패까지 더해지며, 일부 투자자들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급매하거나 경매에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지산센터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업계와 정부 모두 '주거 전환'을 본격 검토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주거 수요가 높은 수도권에서 산업시설을 주택으로 전환할 경우, 수도권 주거 공급 부족과 지산센터의 공실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인 걸림돌도 뚜렷하다. 지산센터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도시계획·건축법령상 기술 기준, 기반시설 요건 등 복잡한 행정 절차가 얽혀 있고, 구조적 특성상 모든 호실에 주거 기능을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제도와 설계 구조 양측 모두에서 해소가 병행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상복합 전환 사례는 지산센터 논의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2000년대 초 공급된 주상복합 단지는 상업시설 비중이 전체의 20~30%에 달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상권이 위축되자 상가 공실이 급증했고, 건설사들은 주거 중심 전략으로 선회했다.
서울시 역시 조례 개정을 통해 준주거지역의 비주거시설 의무 비율을 10%로 완화했고, 현재는 주상복합 대부분이 사실상 '주거 중심 복합단지'로 재편됐다.
지산센터도 이와 유사한 전환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건축물의 탄력적 용도 전환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이는 지산센터를 포함한 상업·업무용 건물의 주거 전환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는 작업이다. 앞서 2018년 일부 지산센터에 오피스텔 설치를 허용했던 전례도 있었다.
민간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달 초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지산 실사용자 보호 및 제도 개선'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지산은 정부가 장려해온 산업시설임에도 과도한 규제와 공실 폭증으로 인해 팔지도, 빌리지도, 쓰지도 못하는 자산으로 전락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산센터는 태생적으로 산업 기능 중심이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새로운 기능과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며 "공급 과잉, 공실 누적, 수익성 악화가 맞물리면서 기존 산업 중심 구조로는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주상복합이 도시 주거 모델을 바꿔낸 것처럼, 지산센터도 제도적 유연성과 물리적 개선이 병행된다면 주거와 업무가 공존하는 복합 자산으로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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