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지식산업센터엔 내일은 없나

6월 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옥길지구 지식산업센터는 근무일 점심시간인데도 인적이 드물고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 지역엔 ‘우성테크노파크’ ‘광양프런티어밸리’ 등 대형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해 있다. 각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 곳곳을 돌아보니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은 공실이 즐비하다. 상가들이 텅 비어 있는 이유는 배후 수요인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식산업센터 건물 위층으로 올라가보면 곳곳에 공실이 산재해 있다. 한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률이 최소 40%를 넘는다는 전언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옥길지구 자체가 규모가 크지 않고 입주 수요도 한정적”이라며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았던 데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더 줄며 전체적으로 3.3㎡당 임대료도 내려갔다”고 들려줬다.


경기 불황 여파로 산업용 부동산 시장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공장·창고,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등 산업용 부동산 거래량과 임대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 맞물리며 시장이 장기 동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6월 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옥길지구 한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 곳곳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은 공실이 즐비하다. (조동현 기자)

6월 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옥길지구 한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 곳곳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은 공실이 즐비하다. (조동현 기자)



공장·창고 거래 23%↓

물류센터 공실률도 ‘심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장·창고(동·식물 관련 시설 등 포함) 거래량은 6월 18일 기준 45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19건)보다 약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감소세다. 경기 침체 여파로 경영난에 몰린 중소 제조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축소하거나 폐업하며 자산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물류센터 상황도 심각하다. 내수 침체로 물류 수요가 감소하며 대형 물류센터조차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전년보다 0.9%포인트 하락한 16%를 기록했다. 이 중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무려 38.5%에 달했고, 1년 새 2.7%포인트나 하락했다.

신규 공급도 크게 줄었다. 코람코자산운용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물류센터 공급면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84% 줄어들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물류센터는 신규 착공 감소에도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공실 리스크가 지속하고 있다”면서 “공실·미매각 위험이 커지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이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부동산업 대출금은 전 분기 대비 2조5000억원 감소했다. 부동산업 대출이 준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공실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물류센터 임대료는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의 3.3㎡당 임대료는 3만2928원으로 2022년 하반기 3만2898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임대료가 내리지 않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입주할 요인이 떨어진다.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줄며 올 1분기 3.3㎡당 평균 가격(1468만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2% 떨어졌다. 사진은 마포의 한 지식산업센터. (윤관식 기자)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줄며 올 1분기 3.3㎡당 평균 가격(1468만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2% 떨어졌다. 사진은 마포의 한 지식산업센터. (윤관식 기자)



지식산업센터 거래 5년 만에 최저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실종”

상황이 가장 심각한 건 지식산업센터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552건으로 전 분기(971건)와 비교해 43.2% 줄었다. 거래 금액은 전 분기(3959억원)보다 44.8% 감소한 2184억원이다. 전년 동기(1010건, 4392억원)와 비교해도 거래량은 45.3%, 거래 금액은 50.3% 줄었다.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1년 1분기(2164건)와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났다.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줄며 올 1분기 3.3㎡당 평균 가격(1468만원)도 지난해 동기 대비 12.2% 떨어졌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수요 위축, 누적된 공급 물량 등 복합적인 악재가 작용하며 거래량과 거래 금액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 시장 호황기던 2020~2021년, 정부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대출 규제 등을 강화하면서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다.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해 자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고 분양권을 사고파는 데도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에 거래량이 급감했다. 반짝 인기를 끄는 동안 과잉 공급된 탓에 공실률이 높아졌다. 입주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임대료가 낮아지고, 그렇게 수익률이 떨어지자 거래량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등은 공급 과잉, 내수 부진, 고금리 영향 등으로 부진을 겪는다”며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지식산업센터는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더는 투자처 아냐”

수익률보다 환금성 고려해야

상황이 이렇자 산업용 부동산이 더 이상 ‘투자처’로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 전문가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매력이 빠르게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식산업센터나 공장 등 산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공급 과잉이 핵심 원인”이라며 “공급 초기에는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어 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지금은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 분양 시장, 임대 시장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때 생활형숙박시설이 그랬듯, 지식산업센터 역시 애초 정부의 규제 틈새를 노렸던 시장이었고 수요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회복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격 하락을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전문가 시선은 달갑지 않다. 김 전문위원은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산업용 부동산은 수요가 꾸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가 낮아지고 매입가가 저렴하면 수익률은 높게 보일 수 있지만 수익률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실제 매각을 통한 원금 회수가 가능한지 등 환금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6호 (2025.07.02~07.0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