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만여명의 내륙 소도시인 경북 영천이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야산·포도밭에 불과했던 30여만평 규모의 '허허벌판'이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투자가 물밀 듯 쏟아지는 일약 '혁신 산업클러스터'로 변모하면서다.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DGFEZ)에서 야심차게 조성 중인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이하 영천지구)의 눈부신 성장이 있다.
20일 DGFEZ에 따르면 현재 영천시 녹전동·화산면 일원에 총 122만㎡(37만평) 규모로 조성 중인 영천지구의 공정률은 94% 수준이다. 이곳은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20년 11월 착공해 202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2천562억원이다. 진입도로(1.38㎞, 4차로) 및 공업정수장, 오·폐수처리시설 간선도로(3.26㎞) 등 전체 기반 인프라 구축은 순차적으로 올해 10월 완료될 예정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산업구조 재편을 이끌고 있는 영천지구는 국내외 첨단부품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된 혁신 산업클러스터다. 이 지구는 지식기반제조업 특화지역으로 첨단메카트로닉스 및 첨단 스마트 모빌리티 부품 산업에 특화돼 있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주>화신을 필두로 미래모빌리티 관련 시설들이 대거 입주 중이다. 국내 물류 강자인 로젠<주>은 원스톱 종합물류터미널을 조성해 지구의 경쟁력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DGFEZ)은 일본자동차공업협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과도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해외 홍보(IR) 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조지아 등으로의 자동차 산업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영천지구는 국내 부품 조달 전진기지라는 새로운 역할도 부여받게 됐다.
따라서 준공을 목전에 둔 영천지구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미래모빌리티 분야 기업들의 입주 및 투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화신은 지구 내 첫 번째 제조시설 투자기업으로, 6만1천884㎡(1만8천720평) 부지에 8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섀시 경량화 제조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경북권역 국내 복귀기업 1호 사례로 주목받는 화신은 이 곳에 전기차부품 생산공장을 완공해 전기차용 친환경·경량 부품과 배터리 팩 케이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택배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는 중견 물류업체 로젠은 12만4천791㎡(3만7천750평) 부지에 1천259억원을 들여 원스톱 종합물류터미널을 조성할 예정이다. 단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재화의 원활한 흐름을 담당하는 종합물류(Total Logistics)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산업지구 내 물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에는 프랑스계 외투기업인 <주>카펙발레오가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BSA) 생산시설을 포함한 미래차 부품 생산기지 건설을 위해 3만6천365㎡(1만1천평) 부지에 1천600억원 투자를 약속해 화제를 모았다. 이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추가 입주도 기대될 뿐 아니라 산업지구 활성화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향후 영천지구는 생산(제조)과 연구개발(R&D), 신공항, 물류 기능을 모두 갖춘 영남권 혁신 클러스터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영천지구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까지 1시간대, 대구경북신공항 예정지까지 1시간 이내 도달할 수 있는 교통 요충지로 꼽힌다. 북영천IC(대구~포항고속도로)에서 5분, 동영천IC(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10분이면 가능하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연장선(2030년 개통 예정)까지 확정되면서 정주환경과 물류환경 모두 최상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영남권 물류 기능을 통합한 로젠의 대형 물류터미널은 지구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풍부한 연구시설 역시 영천지구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지구 내 입주한 3개 주요 연구기관은 모두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선, 경북자동차임베디드연구원은 자동차 전장부품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기업 맞춤형 기술지원·재교육·시제품 개발 등 전방위적 R&D(연구개발)를 통해 자동차 전자부품 기업의 기술혁신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연구센터는 바이오·의료기기와 모빌리티 융합 기술 기반으로 미래차 내부 헬스케어 센서 및 융복합 의료부품 등 스마트차량 관련 응용연구를 병행 중이다.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는 항공전자 부품 시험·형가·인증 인프라를 구축해 항공모빌리티 산업의 품질 경쟁력 확보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천지구에는 지난 3월 지능형 IoT(사물인터넷)부품센터가 준공돼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의 물류 지능화·자동화를 촉진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또 2026년 말까지 비수도권 지역에 아파트형 공장을 건립해 공공 임대형 방식으로 운영되는 지식산업혁신센터(348억원, 1만3천44㎡)도 준공 예정이다.
영천지구의 본격적인 분양에 발맞춰 DGFEZ는 선제적 홍보와 맞춤형 기업유치 활동을 병행하며 지구 인지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연계한 국내 복귀 첨단 제조기업과 미래 유망 산업군을 타깃으로 한 유치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외국인 투자기업을 위한 전용 용지 10필지에 대해 해외 기업과 합작투자 유도, 글로벌 앵커 기업유치 등 국내복귀기업 유치전략을 강화하고 일반분양용지 51필지에는 국내 전략산업군 기업의 유입을 집중하고 있다. 2013년 총사업비 2천62억원을 들여 완공한 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99만9천㎡)에는 현재 외투기업 7개사와 국내기업 65개사가 입주해 있다. 분양률 100%를 달성하며 외국인 및 글로벌 투자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김병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영천지구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미래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는 혁심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첨단 제조기업과 연구기관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능형 산업생태계의 중심으로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